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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의 크나큰 아픔은 지난 36년간 '일본제국'이라는 나라의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간 일이다. 이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지만원씨를 비롯한 몇몇 정신나간 사람들 말고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없을 것이다. 36년간의 치욕적인 통치 속에서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서서히 혹은 무참히 짓밟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중 하나가 제 3 통치시기로 분류되고 있는 시기 (1937~1945)에 나온 민족 말살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일명 '황국 신민화 정책'으로 불리는 민족 말살 정책은 강제로 조선인에게 신사참배를 시키고, 소학교라는 명칭을 '황국 신민 학교'라는 뜻을 가진 '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러한 정책들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조선어 사용 금지'정책이다. 학교 교육과 관공서에서 조선어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일본어를 사용하게 하였다. 일본 제국은 조선인의 민족성을 빼앗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선인의 정신이 담긴 조선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하는 문자인 한글을 비롯하여,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는 반만년 역사에 얼과 혼이 담긴 정신 문화다.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민족이란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범람하고 있는 인터넷 언어와 점점 떨어져가는 학생들의 국어실력은 민족의 얼과 혼이 흐려지게 되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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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의 영어 공교육 정책은 민족 말살 정책과 다를 게 없다.


  이러한 가운데 '모든 국민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도록 하자!'라는 구호 아래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수업을 하는데, 영어 과목뿐만이 아니라 수학 과학 등 학습에 부담이 되지 않는 과목부터 (사실 이것도 말이 안된다. 이명박 참모진은 바보임이 분명하다.) 단계적으로 시작해서 대부분의 일반 과목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당장 2MB가 취임하면 시범실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발표를 오후에 생중계로 보는 순간, 나는 내 속에 있던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고, 그로 인한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어 사교육이 늘어난다, 학생들이 과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등의 논쟁을 떠나 이는 우리 민족의 근원부터 되짚어 볼 아주 심각한 문제다. 인수위는 전 국민이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 공교육을 받는 대한민국 국민, 한민족은 한국어와 영어 두 개를 모두 능통하게 할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한국어는 그 만큼 더 배우지 못하게 되고, 한국어 실력은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정신을 과연 잘 계승할 수 있다고 보는가? '창조적 계승'이라는 말을 쓰더라도, 한국어가 없는 '창조적 계승'이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겠는가? 조선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을 일본어로 가르치는, 민족의 얼을 뿌리 뽑는 일제의 그것과 너무나도 많이 닮았다.

  이 글을 보는 혹자들은 나의 표현이 너무 지나치다, 과하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2MB가 "국어,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서라도 영어 실력을 높여야 한다"는 당선 전 발언과 인수위원회의 다른 의견은 묵살하다 시피하는 오만한 태도는 이제 발표한 영어 공교육 정책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의 정책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강한 암시를 주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제2의 조선어 말살정책은 시작되었다. 그것도 우리 민족 스스로.


  참고자료
  김한종 외,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서울:금성출판사, 2004.

Posted by 맑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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